강신주의 감정수업

우선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스피노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163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대인이었으므로 전통적인 유대 교육을 받아 랍비가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암스테르담 유대인 공동체에서 파문을 당했다. 파문은 심각한 수준의 저주와 함께 거행되었다. "스피노자를 영원히 저주하고 제명하여 영원히 추방한다." 파문을 당한 이유는 스피노자 자신이 종교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졌기 때문일것이다. 그는 "신은 철학적으로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일원론의 입장을 취했다.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어 존재한다는 이원론의 주장과는 다르게 일원론은 육체만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스피노자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범신론자는 결국 교회 입장에서는 무신론자나 같은것.)


스피노자의 저서에는 에티카,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 형이상학적 사유, 정치론, 신학정치론 등 여러가지가 있다. '에티카'는 ETHICA, 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으로 스피노자의 유작이며 걸작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을 통해 자신의 모든 형이상학적 체계와 개념들을 '정의'와 '공리'로 분류하였으며 이 명제들을 증명하여 연역하고 또 연역한다. 이 책을 독해하기 위해서는 선행 공리들을 이해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써야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고 또 돌아가서 책을 독해하게 된다. 이 악명높은 책을 살면서 읽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번역서를 읽는것을 추천한다.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에서는 스피노자가 데카르트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을 살펴볼 수 있으며 '정치론'에서는 수많은 사람들과 주고 받은 내용들을 담고 있어 그의 철학적 사상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감정수업은 아마도 스피노자 에티카의 제 3부 "감정의 기원과 그 본성에 관하여"에서 영향 받은것으로 보인다. 스피노자가 정의한 정서 48가지를 인용했다. 이 48가지의 감정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 영광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손, 마음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


48권의 세계명작들을 소개하였다.


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슬픔은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이다. 타인이 내 삶의 의지를 꺾을때 발생할수도 있지만 진짜 문제는 원래 스스로 가지고 있는 슬픔 덩어리들이다. 자기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오직 사랑과 관심을 통해 구원이 가능하다. 비루함이라는 감정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자긍심을 느낄때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기 자신을 긍정적이고 활기차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다니 나르시스트처럼 보인다. 그래도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비하하는 모습보다 낫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할 때 자긍심이 생길수 있다고 한다. 스피노자 에티카의 가장 감정의 차원이 높은 "사랑"을 강조한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아져야 민폐없는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지 않을까.? 남들이 먼저 나를 사랑해주든 내가 먼저 내 자신을 사랑해주든 자기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사람을 고마워해야겠다.


경탄이란 어떤 사물에 대해 관념으로, 이 특수한 관념은 다른 관념과는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신은 그 관념 안에서 확고하게 머문다. 경탄은 다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것에서 나온다. 이 압도적인것은 무엇일까. 이전 삶에서는 없었던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전 처음 가보는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은 경이로울지도 모른다. 에릭 오르세나의 "오래오래" 소설에서는 두 남녀 사이의 불륜이라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평이한 부부관계가 아닌 남 모르게 만나는 위험한 사랑인 불륜의 스릴에서 경탄을 느끼다니. 그렇게 불륜을 정당화하다니 인정할수는 없다. 부부관계에서 경탄이 있으려면 적절히 거리 유지가 필요할까. 너무 가깝다 보면 소중함을 모르듯이. 서로 가끔씩 알고도 모른척하고 몰라도 아는척할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고.. 서로만의 일탈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쟁심이란 타인이 어떤 사물에 대해 욕망을 가진다고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 내면에 생기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욕망이다. 이 경쟁심은 관심에서 생기니 타인에 대해 관심이 있을때 생긴다. 즉 무관심한 사람도 아니고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욕망을 욕망한다. 경쟁한다는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인정받기 위한 투쟁과도 같다. 그래서 경쟁심이 과해지면 서로가 싫어질수밖에 없다. 이 경쟁심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양보하는것이다. 


이 장에서 우정과 사랑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우정과 사랑은 모두 타인과의 만나에서 기쁨을 느끼는 감정이다. 이전보다 조금 더 연결되고 완전해진 안정감을 느끼는데 헤어져 있을 때 느끼는 감정에 따라 사랑과 우정을 구분할 수 있다. 헤어져 있을때 느끼는 감정이 더 슬프면 그것은 사랑, 상대적으로 덜 슬프면 우정.. 감정의 양에 따라 구분했다. 여기서 과거의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은 사랑을 하기가 참 힘들수 있겠다는 점이다. 어렸을때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하는 이유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니 경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의 신호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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