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리 박노해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 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밭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포스팅 내용은 조금 도움..
여행 The Journey - 메리 올리버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시작했다. 당신 주위의 목소리들은 나쁜 충고를 하고 온 집안이 들썩이도록 오래된 습관이 발목을 잡고 당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끝내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은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길 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한가지 삶이 무엇인지 늘 곁에서 서서히 일깨워준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당신의 것이었음을. 원문 The Journey - Mary O..